현대자동차·기아가 남양연구소 도로를 1mm 간격으로 스캔하고, 240Hz 화면과 6축 모션 장치를 결합한 주행 시뮬레이터를 공개했다. 실제 시험장에서 며칠 걸리던 검증을 가상공간에서 몇 시간 안에 반복하고, 시제품을 만들기 전에도 부품 설정을 바꿔 비교하는 시설이다. 2026년 7월 13일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자료를 바탕으로 장비의 성능과 실제 차량 개발에서 맡는 역할을 살펴봤다.
270도 화면을 만드는 4K 프로젝터 9대
운전석을 둘러싼 곡면 화면은 시야각 270도를 제공한다. 4K 프로젝터 9대가 초당 240회 화면을 갱신해 고속 주행에서도 주변 영상의 끊김을 줄인다. 운전석은 양산차와 같은 수준의 스티어링 휠, 시트와 페달을 갖춘 탄소섬유 콕핏이다. 단순한 게임형 장비가 아니라 운전자의 조작과 차량 거동 모델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개발 도구라는 뜻이다.

6축 모션과 40Hz 미세진동까지 재현
모션 플랫폼은 앞뒤·좌우·상하 이동과 롤·피치·요 회전을 합친 6자유도 방식이다. 가속과 제동, 코너링 때 생기는 차체 움직임을 콕핏 전체로 전달한다. 최대 40Hz의 미세진동도 재현해 타이어와 서스펜션 설정에 따른 감각 차이를 확인한다. 다만 가상 시험이 모든 승차감과 내구 시험을 대신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도로 검증에 들어가기 전 후보를 빠르게 거르는 역할이 핵심이다.
남양 시험로를 1mm 단위로 옮겼다
현대차그룹은 남양 시험장의 아스팔트 질감, 요철, 경사와 배수 구조를 1mm 간격으로 스캔해 1대1 가상 도로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수십 km 분량의 고해상도 지형을 한꺼번에 불러오면 계산량이 급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차량 주변에 필요한 지형만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Terrain Server’를 적용했다. 회사는 주변 지형 정보가 1초보다 짧은 시간에 갱신된다고 밝혔다.
시제품 전에도 젖은 노면과 부품 설정 비교
연구원은 날씨를 기다리지 않고 젖은 노면을 불러오거나, 타이어·서스펜션 특성을 즉시 바꿔 같은 구간을 반복할 수 있다. 수십 가지 사양을 모두 실제 시제품으로 만들지 않아도 변경 전후 차이를 같은 조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설은 2025년 4월 착공부터 완성까지 약 10개월이 걸렸으며, 양산차뿐 아니라 현대 N, 제네시스 마그마와 경주차 개발에도 활용되고 있다.
개발 기간 단축보다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
공식 자료는 트랙에서 며칠 걸릴 검증을 몇 시간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더 큰 효과는 개발팀이 동일한 데이터를 보며 설정을 빠르게 결정하는 데 있다. 해외 연구소도 같은 가상 도로와 차량 모델을 공유하면 지역별 노면 조건을 한 환경에서 검토할 수 있다. 시뮬레이터 결과와 실제 시험의 차이를 계속 보정해야 신뢰도가 유지된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자율주행·AI 검증으로 범위 확대
현대차·기아는 향후 차량 동역학 모델에 더 정교한 가상환경을 결합해 자율주행, AI 기반 검증과 피지컬 AI 분야로 활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동시 개발 차종이 늘면서 추가 시뮬레이터 건설과 하드웨어 정밀도 향상도 검토 중이다. 현재 공개된 내용은 연구시설의 기능에 관한 회사 발표이며, 특정 양산차의 출시 일정이나 성능을 예고한 자료는 아니다.
결론: 실제 시험을 없애는 장비가 아니다
남양 주행 시뮬레이터의 의미는 1mm 도로 데이터, 240Hz 영상과 6축 모션을 한 시스템에서 연결해 초기 개발의 시행착오를 줄인 데 있다. 가상 검증으로 후보 설정을 압축한 뒤 실제 시험차로 안전·내구·감각을 재확인하는 구조다. ‘트랙 시험 대체’보다 ‘더 적은 시제품으로 더 많은 조건을 먼저 비교하는 도구’라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